그렇다면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과거 ‘러다이트 운동’과 같은 참극이 다시 일어나게 될까? 다행스럽게도 그럴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AI로 인해 일자리가 소멸하는 것보다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이 더욱 클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경제포럼은 2018년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에서 AI로 인해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2배 이상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SW 엔지니어, AI 개발자, 데이터분석가와 AI로 인해 파생될 새로운 직업군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AI와 로봇 분야의 인력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데 비해 새로운 인력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다면 미스매칭으로 인한 실업률 증가가 심화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현재 수도권 대학은 39년 전 제정된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총정원이 동결돼 입학정원과 학과 증설을 제한받고 있다. 서울대 컴퓨터공학부의 경우 2008년부터 입학 정원이 55명으로 고정되다가 작년에 들어서야 겨우 70명으로 증원됐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스탠퍼드대는 141명이었던 컴퓨터공학과 입학정원을 739명으로 다섯 배 이상 늘었다.
결국 공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교육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 먼저 낡은 규제를 완화해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중장기적인 노동시장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교육기관이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미래 인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정부가 국내 전체 산업, 직군별 현황을 파악하고 AI를 통해 미래 변화를 예측하고, 향후 유망 직종의 필요 역량 및 스킬을 데이터화해 공유해야 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자의 상황에 맞춰 최적의 직무를 추천해주고, 지금까지의 경험, 교육 이수 사항 등을 고려한 개인화 직무전환 로드맵을 제시해주는 'AI 재교육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미국의 스타트업 '퓨처핏(Futurefit)'이 개발한 이 프로그램은 근로자의 인적사항, 적성검사 결과, 경력, 자격증, 수행한 프로젝트 등 다양한 변수를 통합해 AI를 통해 개인화된 맞춤형 직무를 추천해주고 필요 스킬, 자격증, 교육에 대한 step-by-step 로드맵을 그려준다. 기업은 학습시간, 시험, 인증 등 근로자의 교육효과를 측정하여 결과를 데이터화하고 교육성과를 제고해 AI를 더욱 고도화 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직무전환 성공률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맥킨지는 비즈니스 특화 SNS 플랫폼인 링크드인과 협업하여 4년간 회원들의 직무이동 흐름을 분석해 직무전환 경로를 도식화하는데 성공했다. 감소하는 직종인 행정 보조원에서 추가 교육을 통해 인사 직무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망직종인 채용 매니저로 직무가 이동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반대로 행정 보조원에서 다른 감소하는 직종인 판매사원이나 비서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AI로 인해 감소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구직자들을 유망한 직종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커리어 패스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또 AI Job Matching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기업 채용공고가 뜨면 구직자가 지원서를 작성해야 하는 등 긴 채용절차를 밟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기업간, 또는 기업-정부간 공동 구축된 구직자 및 직업공고 데이터풀을 기반으로 빠른 시간 내에 AI가 적합한 인재와 기업을 매칭해줄 수 있다. 작년 미국식품산업협회는 맥킨지 및 스타트업 '에잇파일드(Eightfild)'와의 협력하에 ‘Talent Exchange’ 플랫폼을 구축하여 코로나19로 인력축소가 불가피한 기업과 신규 고용이 필요한 기업을 AI를 통해 적시 연결했다. 이력서에 제시된 직책, 분야, 경험뿐만 아니라 ‘메사추세츠대는 타 대학 대비 자연어 처리가 약함에도 기업에 좋은 인재 배출해왔다’는 통계나, ‘체스선수는 코딩을 잘할 가능성 높다’는 연구결과 등을 활용하여 이력서에 나오지 않았지만 기입한 정보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활용하였다. 이 플랫폼을 통해 스타벅스 바리스타로 일하던 직원이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었을 때 신속히 쇼핑몰 매니저라는 직업을 구하는 등 AI를 통해 ‘안 해봤지만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냈다.
조성진 KT경제경영연구소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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